2012/05/02 17:26

지금 학교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생각을 글로 옮기기

대구지역의 학교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난 29일 밤, 대구에서 여고생 한 명이 5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4개월간 7명. 자살시도까지 합치면 그 수는 9명으로 늘어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대부분이 학교폭력이나 학업 스트레스 등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중학생 한 명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가해자 2명이 실형을 선고받은 뒤부터 대구 학생들의 자살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4월 25일 발표한 법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76.10%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스쿨 폴리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해 고교생 스스로도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 간의 폭력에 이어 교권 추락이 낳은 지표도 눈에 띈다. 교권추락에 대한 스트레스로 명예퇴직(명퇴)을 신청하는 교사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정부는 4년 만에 지방채까지 발행해 명퇴 교원 문제를 해소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해 교사 명퇴금 예산 2천300억 원을 마련했으나 명퇴 신청자가 급증해 상반기에 모두 소진했다. 명퇴 신청자는 2009년 2천963명, 2010년 3천660명, 2011년 4천217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천517명이 명퇴 신청을 해 올해는 5천명이 넘어갈 전망이다. 한국교총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퇴 신청의 가장 큰 이유는 교권 추락과 열악한 교육 환경이었다(80.6%).


학교폭력에 대한 소문들은 무성하다. 교사는 학생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학생은 교사에게 반항하다 못해 폭력까지 휘두르고 있다는 세간의 소문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문들이 비단 낭설만은 아닐 것이다. 거리와 대중교통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들을 일상 언어로 사용하고, 급기야 일진들 간 패싸움을 주선하는 ‘파이터’ 웹사이트까지 개설됐다. 배움의 전당이 되어야 할, 제2의 가정으로서 따스한 돌봄이 이뤄져야 할 학교는 지금 어디까지 추락했는가.


시선을 돌려보자. 대구의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섰다. 대구교육청이 4월 중순 사서업무를 교무실무원에게 넘긴다는 공문을 각 학교에 하달했다. 쉽게 말해 사서 교사에 대한 예산 지원을 올해로 중단할 계획이니 계약직인 사서 교사를 내년부터 재계약하지 말고 교무보조에게 사서업무를 떠맡기라는 말이다. 대구교육청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사서를 정규직으로 교체하겠다는 이유를 대지만 예산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그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실상 ‘대량 해고’를 당할 처지에 놓인 대구의 초·중·고 약 400여 사서 교사들은 이번 계획에 반발하며 4월 30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집단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의 무상급식 문제도 지지부진이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시·도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무상급식. 대구시민 3만2천169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제출된 ‘대구시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이 4월 20일 대구시의회에서 첫 심의를 가진 바 있지만 시청과 각 구청, 시교육청 등은 입을 모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조례 제정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조례 제정은 다음 회기로 미뤄졌다.


이렇게 대구의 학교들에서 여러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불거지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언론에 호소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구 학생들의 자살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 호소문을 써내려 간 것이다. 우 교육감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의 격언을 인용하며 시민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모든 정책을 생명을 살리는 데 두고,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더불어 인성교육에 힘쓰겠다는 말도 했다. 그의 이 절절한 호소는 과연 진심일까.


학생과 교사와 학교가 멍들고 있는 대구. 우동기 교육감의 호소와 개선 의지에도 대구 교육의 제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구처럼 무상급식이나 사서교사의 무기계약직화가 이뤄지지 않은 지자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학생 1인당 발전기금 수준도 대구가 최하위다. 학생·학부모 상담 실적도 평균 121건으로 160건인 인천이나 156건인 서울·부산보다 훨씬 적어 전국 8위에 그치고 있다.


대구의 한 고교생은 “1학년 때부터 9교시까지 강제로 수업을 받아야 하고 2학년이 되면 강제로 야간자율학습을, 3학년이 되면 12시까지 강제로 심야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며 “방학이 돼도 일주일을 채 쉬지 못하고 대구에서는 일제고사를 치지 않으면 무단결석 처리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구에서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가 뒤따르지 않는 호소는 그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의 서열화와 그에 따른 입시 경쟁이겠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 이전에 ‘선택과 집중’에 착안한 교육 제도를 개선하고 ‘낙오자는 버리고 가는’ 적자생존의 교육 환경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지금의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구 교육의 ‘지옥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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